벙커: 공산주의 독재정권 유물 '벙커' 품은 알바니아의 현재

사진작가 로버트 해크먼이 냉전의 공포 하에 1975년부터 1989년 사이 알바니아에 세워진 벙커들을 기록한 사진집을 만들었다.

알바니아는 동유럽 발칸반도에 자리하고 있으며, 고대 로마 시대부터 이어지는 긴 역사가 있는 나라다.

근 100여 년 동안 코소보 사태,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쳐 공산주의 독재 정권이 40년간 집권했다.

이 때문에 전쟁의 상흔과 공포가 알바니아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 유물이 바로 전쟁 발발에 대비한 '벙커'다.

50만 개로 추산되는 벙커 중 일부는 폐허가 되거나 카페, 집, 식당, 수영장, 술집, 다리, 물탱크로 개조됐다.

냉전 시대 여러 나라들이 수년 동안 핵 전쟁에 몰두하는 동안,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는 외세가 자신들의 공산주의 공동체를 무너뜨리려 한다며 국민에게 호소했다.

알바니아에서 기술적인 핵 억지 방지책이 나오는 대신 벙커가 대량 생산됐다.

해크만이 낸 사진집 '메타몰포시스(변신)'은 오늘날 벙커가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보여준다.

해크만은 이런 글을 함께 적었다.

"모든 지역의 콘크리트 제조 공장이 1976~1989년 사이 매일 24시간 벙커를 건설했다"

"인터뷰차 만났던 노동자 한 명은 그가 일했던 콘크리트 공장이 8시간씩 3교대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각 교대 조는 본인들이 만든 벙커의 정확한 구조를 알면 안 됐기에 저마다 다른 부품을 활용했다"

"벙커 설치업무를 담당했던 현장 엔지니어는 8년 동안 매일 10시간씩 일했다고 알려줬다"

"인지했던 위협이나 벙커의 필요성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정기적으로 허위 공습경보가 내려졌었다고 답했다"

"알바니아인 대다수가 벙커를 방해물이나 장애물로 여기지만 눈에 거슬려 하지 않는다"

"런던의 빨간 전화부스나 뉴욕의 노란 택시처럼, 알바니아인들은 벙커의 존재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벙커는 이들의 상황 속에 녹아들어 삶의 일부가 됐다"

"한 농부는 길을 내기 위해 옆면 일부를 제거한 보병 벙커를 보여줬다"

"보기엔 큰 힘이 들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는 형제와 둘이서 잭 해머로 3일에 걸쳐 작업을 해야 했다"

"언덕 위쪽에 있는 벙커는 TV 수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그가 돼지를 키우고 있는 벙커도 있었다"

로버트 해크먼의 사진집 '메타몰포시스'는 데비 루이스가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