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환경적인 장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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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퇴비화 시설을 그린 그림

사진 출처, Recompose/MOLT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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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퇴비화 시설을 그린 그림

벌집 형태의 구조물이 벽을 따라 놓여있는 실내 정원의 모습이다.

각각의 구조물 안에는 퇴비가 된 시신이 들어있다. 작업이 끝나면 세상을 떠난 이들은 화장한 유해를 담은 항아리가 아닌 흙 화분 속에서 안식을 찾게 된다.

한 사람의 최후의 안식처가 꽃밭이나 나무뿌리가 자라나는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워싱턴주는 이를 합법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워싱턴 주는 미국에서 시신을 퇴비로 쓰는 것을 매장의 한 방법으로 허락하는 최초의 주가 된다.

퇴비 매장을 택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왜 미국에서 전통적인 매장 방식을 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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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 노출된 상태에서 인체는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고 법의학 인류학자 대니얼 웨스트콧은 말한다.

먼저 피부가 흘러내리고 물집이 생긴다. 검은색, 회색, 녹색으로 변한다. 그리곤 부풀어 오른다.

보다 건조한 기후에서는 수년동안에 걸쳐 미라화가 될 수 있다. 습한 곳에서는 몇주가 지나면 얼굴에 두개골만 남는다.

텍사스주립대학교의 교수인 웨스트콧은 미국에서 가장 큰 법의학 연구소에서 인체의 분해를 연구한다.

"박테리아의 활동이 좋다면 한 달 정도 내에 완전 분해될 수 있어요."

하지만 요즈음 대부분 운명은 이와 다르다.

대부분 화장된 후 장식함에 담겨 묻히거나 납골당에 안치된다. 나무와 대지를 차지하고 그 과정에서도 다른 자원들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매장 방식은 몇몇이 제안하는 퇴비 매장 방식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사진 출처, Boston Globe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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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매장 방식은 몇몇이 제안하는 퇴비 매장 방식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자연은 우리의 몸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방법을 잘 알아요." 니나 쇼엔은 말한다.

48세의 시애틀 주민인 쇼엔은 보다 친환경적인 죽음의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 중 하나다.

"제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가 세상을 떠난 후 이 대지에 저를 이루고 있던 것을 돌려주고 그리하여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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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에서 이러한 운동을 이끄는 곳은 카트리나 스페이드의 회사 리컴포즈다.

이 회사는 당신의 몸을 30일 만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흙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분해 과정을 보다 가속하는 것일 따름입니다." 워싱턴주 시애틀의 장례 서비스 NGO인 피플스 메모리얼의 노라 멘킨은 말한다.

리컴포즈가 제안하는 방법은 우리가 가축을 퇴비로 만들 때 쓰는 방식에 기반한 것이다.

퇴비의 내용물을 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기 위해 워싱턴주립대학교의 토양학 연구자인 린 카펜터 보그스가 몇가지 변형을 가했다.

퇴비 매장의 지지자 일부는 자신들의 유해가 가족의 정원에 사용되길 바란다

사진 출처, Education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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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 매장의 지지자 일부는 자신들의 유해가 가족의 정원에 사용되길 바란다

에너지 문제는 대안적인 장례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이슈다.

이들 대부분은 보다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떠나고 싶어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리컴포즈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처리방식이 "화장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8분의 1"을 소모하여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사람 한 명을 매장하는 데 이산화탄소 발생이 1톤 줄어든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화장을 택하는 워싱턴 주에서라면 큰 차이를 빚을 수 있다고 멘킨은 말한다.

"도시에 사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이게 가능해지면 특히 자연 매장을 위한 공간이 거의 없는 정말 밀집된 도시 지역에는 그 지역은 물론이고 지구에게도 자산이 될 겁니다."

리컴포즈의 설립자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패시픽스탠더드 매거진에 자신의 회사가 도시의 창고들을 실내 정원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그곳에 사랑했던 이들을 안치하고 그 시신이 흙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컴포즈가 제안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가족의 시신을 사용 가능한 흙으로 만들 수 있다

사진 출처, UniversalImages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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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컴포즈가 제안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가족의 시신을 사용 가능한 흙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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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장은 죽음에 대한 환경친화적 대책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태운다는 것은 특별한 관도 필요로 하지 않고 염을 위한 독성 화학물질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땅도 필요치 않음을 의미했다.

세계 대부분은 이미 화장을 선호한다. 특히 사용 가능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도시 지역에서 그렇다. 미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미국의 국가장례지도자협회와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 미국에서 사망한 사람 28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화장됐다고 한다.

화장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비용이 저렴한 데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우려나 문화적인 변화도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다.

워싱턴은 특히 비종교적이며 환경을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미국 국가장례지도자협회는 2035년이 되면 전체의 15%만이 전통적인 매장 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인들도 점차 전통적인 매장 방식을 기피하고 있다

사진 출처,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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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도 점차 전통적인 매장 방식을 기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실험은 값이 좀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갖는 문제는 비용이에요." 피플스 메모리얼의 멘킨은 말한다.

"현재 5500달러 정도(한화 약 610만 원)가 듭니다. 만약 도심 지역에 이렇게 만드려면 부동산에 인테리어까지 값싼 프로젝트는 아니죠."

미국에서 전통적인 장례식을 치르는 데 드는 금액은 7천 달러 이상이다. 납골당까지 추가하면 더 많은 돈이 든다.

화장은 1100달러 정도가 든다.

퇴비 매장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규모가 작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안은 분명 아니다.

한 전문가는 문화가 바뀌면서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데 대한 윤리적, 사회적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한다.

19세기 말 화장을 추진했던 사람들이 그랬듯 기존의 장례 업계와 종교 세력으로부터 반발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라 멘킨(가운데)과 카트리나 스페이드(가운데 왼쪽)이 다른 대안 장례 활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주의회 앞에 섰다

사진 출처, Recompose/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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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멘킨(가운데)과 카트리나 스페이드(가운데 왼쪽)이 다른 대안 장례 활동가들과 함께 워싱턴 주의회 앞에 섰다

그러나 현재로선 리컴포즈와 퇴비 매장의 지지자들은 그저 이 매장 방법을 합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멘킨은 말한다.

쇼엔은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유해를 갖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의미있게 생명을 만드는 데 사용하길 바란다며 미국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면 그렇게 죽음에 대해 대화하지 않는다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