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부엌에서 옷장으로 나온 채식주의

  • 질 트리노어 & 댄 애셔
  • 비즈니스 전문 기자
닥터 마틴 '비건' 부츠는 전체 판매량의 4%를 차지한다

사진 출처, Doctor Martens

사진 설명, 닥터 마틴 '비건' 부츠는 전체 판매량의 4%를 차지한다

인조 가죽은 진짜 가죽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사는 것이라고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인조 가죽은 그 자체로 상품 경쟁력이 생겼다. 최근 많은 의류 브랜드들이 소가죽이나 동물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투자하고 있는데 막스 앤 스펜서, 자라, 뉴룩이 이에 포함된다.

'비건(엄격한 채식주의)' 모피 코트, 삼베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건 벨트와 나무껍질, 자연 고무, 코코넛 섬유로 만든 신발 역시 이른바 "비건" 패션 제품이다.

영국에선 육식 섭취를 줄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민텔(Mintel)은 최근 지속가능성 패션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이 부엌뿐 아니라 옷장에서도 발견된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옷을 살 때 동물 복지를 고려한다는 것. 조사 참여자 42%는 동물 복지가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응답했다.

민텔은 2019년엔 '동물이 들어가지 않은 신발'이 인기를 얻을 것이며 전연령대 소비자가 이른바 '비건' 신발을 구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패션 마케팅학과 팻시 패리 교수는 "(비건 패션은) 유행어가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는 친환경적 패션의 선두주자로 여겨진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는 친환경적 패션의 선두주자로 여겨진다

'비건'이란 레이블이 '인조 가죽'보다 훨씬 소비자에게 와닿으며 중요한 의미를 전달한다고 패리 교수는 덧붙였다.

"채식이라고 말하려면 제품 전체가 채식이어야 하죠." 이는 신발 접착제나 제품에 들어간 부속 재료 역시 동물 성분이 들어가지 않음을 의미한다.

유명 디자이저 스텔라 맥카트니도 '비건 패션'에 동참한 유명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의 브랜드는 동물 가죽 재료를 대체하기 위해 균사체를 고려하고 있으며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효모 단백질을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보다 대중적인 브랜드다.

가죽 부츠로 유명한 닥터 마틴은 지난해 비건 구두 제품에서 판매율이 300% 증가했다.

2011년 출시한 비건 제품은 폴리에스테르와 폴리우레탄 섬유로 제작했다. 지난해 닥터 마틴 제품 전체 판매량 중 비건 제품은 4%를 차지했다.

2016년 영국 채식 인구 분포도
사진 설명, 2016년 영국 채식 인구 분포도

영국 비건 단체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는 '비건 인증' 제품 시장이 성장했다고 말한다. 2018년 119개였던 비건 인증 제품이 2019년엔 현재까지 1,956개가 넘는다.

비건 소사이티의 도미니카 피아세카는 "매일 새로운 제품이 (비건 제품으로) 등록되고 있어요. 승인 절차를 기다리는 제품도 줄 서 있죠"라고 전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건 가격이다. 일반 제품보다 더 비싸진 않을까?

결론은 더 비싸지 않다.

닥터 마틴스의 비건 제품은 일반 가죽 제품과 가격이 같다. 뉴룩 역시 비건 제품과 일반 제품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판매 애널리스트 케이트 하드 캐슬은 가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엔 공정무역이나 유기농 등 윤리적 상품일 경우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비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과거 "가짜 가죽" 제품은 진짜 가죽 절반 채 안 되는 가격이었는데 같은 가격을 받는 게 맞는가에 관한 논쟁도 있다.

캐슬은 비슷한 가격을 받는게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원재료 가격 차이는 미미하고 실제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크게 차이 나지는 않다는 것.

하지만 인조 가죽 사용만이 친환경, 윤리적 제품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재료뿐 아니라, 제품의 지속 가능성, 제작 기술, 농작에 미치는 영향, 환경 오염 여부, 재활용 가능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

환경 운동가들은 무엇으로 만들었든 간에 '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법이라고 주장한다.

캐슬은 일부 회사들이 비건 딱지표로 아이템을 환경친화적인 듯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히 동물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환경친화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성급한 판단입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