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틀 연속 '선제타격' 비난... 새정부 겨냥 '강온전략'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5일 담화에서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남한은 북한의 공격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남측이 군사대결을 선택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전 발사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재차 비난했다.

지난 3일 남측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과는 달리 이틀 만에 발표한 이번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 "같은 민족" 등 이전보다 다소 위협 수위를 낮췄다.

'남한 주적 아니지만 군사대결시 핵 공격'

조선중앙통신에 5일 실린 담화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는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면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 민족 전체가 반세기 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며 "우리는 명백히 그런 전쟁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남조선이 우리의 주적이 아님을 명백히 밝혔다"면서 "남조선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이 어떤 이유에서든, 설사 오판으로 인해서든 서욱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며 "남조선 스스로가 목표 판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한이 북한의 공격 대상은 아니지만 남측이 군사행동을 하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식수절을 맞아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에 참여한 김정은 당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진 설명, 지난달 식수절을 맞아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식수에 참여한 김정은 당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다소 줄어든 '거친 표현'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일에 이어 이번 담화에서도 서욱 국방부 장관의 '미사일 발사 징후 시 원점 정밀타격' 발언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김 부부장은 서욱 장관을 향해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 가당치 않다. 망상이다. 진짜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저들 군대가 그만큼 잘 준비돼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었을 수는 있는 자리였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군을 대표한다는 자가 우리를 적으로 칭하며 '선제타격'을 운운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대단히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에서는 이틀 전 담화에서 사용된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참변을 피하려거든 자숙해야 한다" 등의 거친 표현이 다소 줄어들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이 "'미친놈'과 같은 거친 표현으로 남한 당국자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저급한 담화를 더는 발표하지 않는 것이 한반도 정세 안정과 북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측 향한 '강온전략'

김여정 부부장의 연이은 담화는 북한이 남측의 새 정부를 겨냥해 '강온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보유국' 언급과 경고를 통해 북한의 '힘'을 과시한 뒤 '건들지 않으면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뜻을 전하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을 제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담화를 이처럼 로동신문에 연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북한이 오는 5월 한국의 보수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내부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선제타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제타격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남한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담화는 선제타격에 대한 심리적 반발심이 앞섰다면 5일 담화는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는다고 방어적으로 담화의 톤을 수정했다"며 "이는 선제타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형 도발을 앞두고 남측에 책임을 돌려 명분을 쌓는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은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제110주년을 비롯해 11일 김 총비서가 '당 제1비서' 직함을 받은 날, 13일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날,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등 많은 기념일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에서 열병식 등 내부 행사 준비 정황뿐만 아니라 군사 관련 동향까지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17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태양절 맞이 대규모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진 설명, 지난 2017년 북한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 태양절 맞이 대규모 경축 열병식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김여정의 이 같은 담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선제타격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킬체인이라고 불리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5일 "서욱 장관은 현재 정부에 소속돼 있는 분이다. 서욱 장관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선제타격은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위협이 상존하고 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다. 북한의 도발‧안보 위협에 대해선 한 치의 오차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