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세계 최고 '스폰지' 도시의 홍수 대처법

  • 케이트 에반스
  • 과학·환경 전문기자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빗물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로 꼽힌다

사진 출처, S E Barbour/Getty

사진 설명, 뉴질랜드 오클랜드는 빗물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로 꼽힌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오와이라카의 마운트 알버트. 산 아래 천을 따라 둘러진 언더우드 파크 오솔길에는 한 차례 큰 물이 쓸고 간 듯 식물들이 진흙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개울 중간중간 보이는 바위에도 떠내려온 잔가지나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최근 이 도시에 겨울 폭풍이 몰고온 폭우가 내렸고, 하룻밤 새 내린 비로 도심 하천 '오클리 크릭'에 물이 넘쳤다.

내게 언더우드 파크와 웸즐리 파크 등지를 안내하던 푸케타파파 지역 이사회 의장 줄리 페어리는 "(이곳의 범람이) 의도한 일"이라고 했다.

이곳 공원은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면 스폰지처럼 빗물을 흡수했다가, 천천히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페어리는 공원에 남겨진 잔해들이 이러한 "비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라고 했다. 공원 양쪽으로는 공공 주택 단지가 들어서 있다. 그는 "비가 많이 오면 이곳으로 물이 밀려오고 집들은 침수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페어리는 바위에서 날개를 말리는 검은 가마우지를 지켜보며 평화롭게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선 물이 진흙 밭 밑으로 매설된 콘크리트로 배수로를 타고 흘렀다. 당시엔 홍수가 나면, 물이 주변 교외까지 흘러넘쳤다. 그래서 한 번 홍수가 지나가면 각종 쓰레기가 도시 항구와 해변까지 쌓였다고 한다.

그러던 2016년, 오클리 크릭에서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원래의 자연 형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오늘날 개울 둑에 하라케케나 양배추, 갈대, 양치류, 다른 습지식물이 무성하게 된 이유다.

이후 도시는 폭우로 쏟아지는 빗물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도시 디자인에 이곳 토양이 가진 특성이 더해져 오클랜드는 최근 글로벌 건축 디자인 기업 '아럽'의 보고서에서 빗물을 가장 잘 흡수하는 국제 도시로 선정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클랜드의 이 장점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늘날 기후 변화로 전 세계에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오클랜드가 거둔 성과와 예상되는 우려는 다른 도시들에 교훈이 될 것이다.

오클랜드 오클리 크릭 주변 공원은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빗물을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사진 출처, Kate Evans

사진 설명, 오클랜드 오클리 크릭 주변 공원은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리면 빗물을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 있다

사실 "스폰지 도시" 개념의 권위자는 북경 대학 조경건축학과 교수인 유 콩지안이다. 그는 어린 시절 범람한 강에 빠져 익사 직전까지 갔다가, 강둑의 버드나무 가지와 갈대를 부여잡아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2013년 그는 폭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콘크리트보다는 자연을 더 많이 사용하는 도시 디자인을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현재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 구현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향후 집중 호우와 돌발 홍수가 크게 늘어나리라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의 빗물 흡수력을 높이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아럽의 "스폰지 도시"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마크 플레처는 "기상 이변이 심각해지는 만큼, 도시도 이에 대한 대처에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레처는 동료들과 함께 국제 도시 일곱 곳을 조사했다. 그중 오클랜드의 빗물 흡수력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뒤는 나이로비, 싱가포르, 뭄바이, 뉴욕, 상하이, 런던 순이었다.

연구팀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위성 이미지, 머신러닝을 사용해 도시 7곳의 회색(콘크리트 및 건물), 녹색(식물), 파란색(연못이나 개울) 비율을 파악해 지도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지도를 토양 성분 및 유거수(지표면을 흐르는 빗물) 가능성 자료와 통합해, 각 도시가 가진 빗물 흡수력을 파악했다.

해안가에 있는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인구 140만 명에 연평균 강우량은 1210mm. 이곳은 뉴욕보다는 약간 비가 많이 오고, 런던의 1년 평균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많이 온다.

연구자들은 오클랜드가 항구를 빼고도 표면의 50%가 녹색 또는 파란색(런던이 7개 도시 중 가장 적은 31%)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24시간 내에 50mm 이상 비가 내리는 집중 호우 상황에서도, 오클랜드는 빗물의 35%가 파란색과 녹색 지역에 흡수된다. 나머지 65%는 공학적으로 설계된 빗물 처리 시스템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

플레처는 "이러한 분석은 도시가 어떤 식으로 개발됐는지, 그 자연이 어떤 근간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이로비는 오클랜드보다 훨씬 더 많은 녹색과 청색 지역을 가지고 있는데, 빗물 흡수력은 34%다. 주로 공원과 도심 뒷뜰에 녹지가 많지만, 토양이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적은 점토성이라 지표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컸다. 순위가 가장 낮은 런던의 빗물 흡수력은 22%였다. 그래서 2021년 7월 한 시간 만에 47.8mm의 비가 내렸을 때 도로와 주택 및 지하철역 다수가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클랜드 공과 대학의 미래환경학부 소속 연구원인 캐시 와그혼은 "도시 밀도가 낮고, 단층 주택과 정원이 많기에" 오클랜드의 빗물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오클랜드의 지형적 특징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개의 거대한 항구에 둘러싸인 좁은 땅 덩어리, 도시 곳곳에 있는 수십 개의 작은 휴면 화산, 녹색면을 따라 흐르는 개울, 그리고 그 아래 용암의 유산(현무암, 화산암재 동굴, 싱크홀 등)이 이곳의 지형적 특징이다. 와그혼은 "공개 공지 일부가 화산지대"라며 "돌조차도 일종의 스폰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푸케타파파 이사회 이장인 줄리 페어리는 오클리 크릭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중인 다양한 집단의 일원이다

사진 출처, Kate Evans

사진 설명, 푸케타파파 이사회 이장인 줄리 페어리는 오클리 크릭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중인 다양한 집단의 일원이다

그러나 와그혼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오클랜드의 이러한 장점이 머지않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장기 추세를 보면 기후 변화로 집중 호우나 홍수 위험이 커지는 반면, 도시의 흡수력은 떨어지고 있다. (오클랜드만 해도 폭풍의 강도가 14%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도시를 키우려는 거센 정치적 압력이다. 뉴질랜드는 OECD 국가들 중에 집값이 가장 저렴한 편인데, 주택 수요는 오클랜드에 집중된다. 와그혼은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주택 밀도와 높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규제 개혁을 암시했다고 말했다. "현재 스폰지 역할을 하는 교외 지역은 사라질 겁니다. 빗물을 흡수할 수 없는 주택과 도로, 주차공간 등이 더 많이 들어설 거고요."

와그혼에 따르면, 높은 주택 수요 때문에 당국과 개발자는 주요 골프장이나 경마장 같은 녹지 공간을 주목하게 됐다. 그중 일부는 이미 팔려서, 한때 녹지였던 공간에 수천 채의 새로운 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시에 오클랜드 시내의 나무들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나무는 대기 질을 개선하고 도시를 시원하게 유지해 에어컨을 위해 화석 연료를 태울 필요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도시의 빗물 흡수력을 높여준다. 그리고 나무 뿌리는 빗물이 흐르는 속도도 늦춰준다. 게다가 나무가 있는 곳은 흙바닥이기에 적어도 그 자리에는 빗물 투과성이 있는 표면이 마련된다.

하지만 아럽 보고서에 따르면, 오클랜드 시내 나무의 비율은 뉴욕과 싱가포르, 뭄바이보다 낮다.

2012년 규제 개혁으로 뉴질랜드 내 대도시 나무를 보호하던 정책이 사라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추정에 따르면, 그 이후 오클랜드에서 나무 약 25만 그루가 사라졌다. 일주일에 거의 1000그루씩 사라진 셈이다.

와그혼은 오클랜드 지역 협의회가 지난 몇 년간 나무 손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책적으로 나무에 투자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정책 평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무는 시가 법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개인의 재산이 됐다.

와그혼은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땅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그 땅에 나무가 있더라도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발의 첫 삽이 나무를 자르는 것부터 시작하죠."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최고의 빗물 흡수력을 가진 도시는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뉴질랜드는 OECD 국가 중 주택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인데, 주택 수요는 오클랜드에 집중돼 있다

사진 출처, Kate Evans

사진 설명, 뉴질랜드는 OECD 국가 중 주택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인데, 주택 수요는 오클랜드에 집중돼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에 대응하려면 전 세계 도시가 빗물 흡수력을 높여야 한다. 플레처는 이를 위해 정치인, 기획자, 개발자, 개인 등이 함께 스폰지 도시의 방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우 혁신적인 것들이 때로는 개념적으로 매우 간단한 경우가 있어요."

빗물 흡수력이 낮은 도시들의 노력도 중요했다. 보도에 식물이 가득 든 화분 상자 수천 개를 설치한 뉴욕의 노력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LA도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그동안 보살피지 않았던 강을 다시 야생 상태로 만들 계획이다. 옥상 정원을 추가하고, 버려졌던 지역이나 정원에 나무를 심고, 주차장과 진입로에 콘크리트가 아닌 자갈의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만들면, 지도를 회색에서 녹색으로 변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맹그로브 숲, 풀이 무성한 저지대 습지, 습지 등 자연 기반 홍수 예방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복원하는 비용이 전통적인 인프라(예: 콘크리트 해벽) 구축보다 약 50% 저렴하다. 지속 가능 개발 연구소(IISD)에 따르면,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그 효과는 비슷하거나 더 좋다. 게다가 자연 인프라를 잘 설계하면, 대기 오염을 줄이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관광까지 증진시킬 수 있다.

와그혼은 물길을 위해 사람들이 힘을 합치다 보면 의미있는 사회적 이익도 생긴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만 해도 지역 개울과 저수지를 돌보기 위한 풀뿌리 집단이 만들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지역, 국가 당국, 마나 우누아(토지에 대한 역사적/영토적 권리를 가진 토착 마오리족) 등이 함께 모여 폭우에 대한 해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문화적으로 가장 다양한 영역을 지나지만 2010년 도시의 31개 물길 중 가장 더러운 것으로 평가받던 사우스 오클랜드 '푸후누이 천' 재생 계획이 대표 사례다. 몇 세대가 걸릴지 모를 이 프로젝트에 지역 사회 단체, 지방 당국, 마나 우누아 지역 부족 지도자들이 함께 서명한 것은 주목할 만한 화합 사례다.

플레처는 자연적인 방법과 더불어 빗물에 대한 전통적인 공학 솔루션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여전히 물을 옮기고 저장하는 터널, 펌프와 같은 잔여 회색은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녹색을 사용해 회색 인프라의 규모를 크게 상쇄하고 줄일 수 있어요."

오클랜드의 웸즐리 파크 아래에는 빗물 관리 인프라가 숨겨져 있다

사진 출처, Kate Evans

사진 설명, 오클랜드의 웸즐리 파크 아래에는 빗물 관리 인프라가 숨겨져 있다

페어리는 오클리 크릭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나를 웸즐리 파크와 언더우드 파크에 있는 태평양 섬주민들의 예술작품, 보도와 다리, 개울을 건널 때 선택할 수 있도록 자연 그대로 보존된 지점, 스케이트보드 및 스쿠터를 위한 펌프 트랙(점프 연습을 할 수 있는 주행로), 인근 초등학교 세 곳에서 사용하는 개울가 야외 교실, 통나무와 나무 그루터기를 사용해 등반이나 균형잡기 등을 연습할 수 있는 마오리족 전통의 놀이터 등으로 안내했다.

이곳에서 열리는 지역 나무심기 날에는 인근 교외의 주민들도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점차적으로 한때 공원을 피했던 사람들이 공원을 삶의 일부로 여기기 시작했고, 식물이 자라나고 새들도 돌아왔다. 내가 찾아갔을 때는, 연못에 오리와 농어도 헤엄치고 있었다. 또 다른 지역에선 토착 담수 뱀장어가 예상보다 일찍 개울로 돌아왔다고 한다.

페어리는 처음으로 뱀장어를 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전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옳은 일을 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죠. 그런데 뱀장어가 돌아온 것은 정말 '우와, 우리가 해냈어. 튜나(마오리 언어로 뱀장어를 말함)가 돌아왔어'라는 신호였어요."

페어리에게 오클리 크릭은 더 이상 콘크리트 배수로가 아니라 생명과 역사가 흐르는 강이다. 와그혼은 이러한 생물 다양성과 편의 시설 구축, 무엇보다도 빗물 프로젝트가 그저 "시도하면 좋은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물길이 땅 속 배수구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그게 있다는 것도 몰라요. 그러다 홍수가 나고서야 비로소 이곳에 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오클랜드가 상대적으로 빗물 흡수력이 좋은 도시가 된 데에는 우연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려면, 오클리 크릭 같은 프로젝트가 더 많이 필요하고 녹지 공간을 늘리고 나무를 없애는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또한 전 세계 도시들도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자연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뱀장어가 돌아온 오클랜드의 물길 사례처럼, 공동체의 유대를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