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사람 피 넣은 '사탄 슈즈' 건 승소… 판매 금지

이 신발은 지난달 29일 출시 1분도 안 돼 매진됐다

사진 출처, MSCHF

사진 설명, 이 신발은 지난달 29일 출시 1분도 안 돼 매진됐다

나이키가 자사 신발 깔창에 실제 사람의 피 한 방울을 넣은 '사탄 슈즈'를 제작한 예술집단 MSCHF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1일 승리했다.

1018달러(약 120만원)에 판매된 이 신발은 나이키 에어맥스97를 개조한 것으로 뒤집힌 십자가와 펜타그램, '누가복음 10장 18절'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MSCHF는 래퍼 릴 나스 엑스와 협업해 이 신발 666켤레를 지난달 29일 내놨고, 해당 상품은 출시 1분도 안 돼 매진됐다.

MSCHF는 666켤레 중 1켤레를 제외한 모든 신발이 이미 배송됐다고 말밝혔다.

앞서 거대 스포츠 신발 제작사인 나이키는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뉴욕 동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냈다.

MSCHF가 자사 신발 판매와 유명한 스우시 마크 사용을 중단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신발과 함께 나온 뮤직비디오는 2019년 커밍아웃한 릴 나스 엑스가 그의 성 정체성을 축복하고 수치심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출처, MSCHF

사진 설명, 신발과 함께 나온 뮤직비디오는 2019년 커밍아웃한 릴 나스 엑스가 그의 성 정체성을 축복하고 수치심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키는 고소장에서 "MSCHF와 승인되지 않은 사탄 슈즈는 혼란과 가치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MSCHF 제품과 나이키 사이 잘못된 연관성을 시사할 수 있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MSCHF 측 변호인단은 MSCHF가 제작한 666쌍의 운동화가 "일반적인 운동화가 아닌 수집가들에게 각각 1018달러에 판매된 개별 번호를 가진 예술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사탄 슈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다만 MSCHF가 신발의 추가 생산 계획이 없다고 밝힌 만큼 판결의 실질적 영향력은 불분명하다.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꾸며진 이 신발은 지난달 26일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한 릴 나스 엑스의 최신곡 '몬테로(콜미바이유어네임)'와 함께 공개됐다.

이 노래는 2019년 커밍아웃한 릴 나스 엑스가 그의 성 정체성을 축복하고 수치심을 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려하게 꾸며진 뮤직비디오 속 릴 나스 엑스는 문제의 신발을 신고 폴댄스용 폴을 타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내려가 사탄과 도발적인 춤을 추고, 목을 꺾어 뿔을 훔친다.

이와 같은 장면은 누가복음 10장 1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탄이 하늘로부터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의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이 신발은 나이키 특유의 에어 버블 쿠션이 달려 있으며, 60cm³의 붉은 잉크와 사람 피 한 방울이 들어있다. 피는 MSCHF의 멤버가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키는 뉴욕 동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내면서 자사가 '사탄 슈즈'의 개조를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키가 이 제품을 허가하거나 승인했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라 나이키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시장에서 상당히 혼란스러운 반응이 발생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유명 신발 인플루언서 @Saint의 트윗을 증거로 인용했다. 이 트위터 페이지는 곧 출시될 사탄 슈즈에 대한 예고를 게시하면서 주말 사이 미국 내 언론 및 SNS 홍보를 도왔다.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비롯한 보수 정치인과 종교인들은 이 신발을 두고 릴 나스 엑스와 MSCHF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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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는 트위터에서 노엄 주지사와 다른 비판자들을 반박했으며, 나이키의 소송 소식에 각종 '밈'(meme·인터넷에 유행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1080달러를 주고 이번 운동화를 구매한 테네시주의 조셉 라슈는 이번 분쟁으로 손해를 볼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BBC 월드서비스 라디오에 출연한 조셉은 "돈을 이미 지급했으니, 제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신발을 신을 계획으로 구매하기도 했지만, 정치적 차원에서 구매한 것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흑인과 연관된 논란이 많은 국민 대다수가 기독교도인 나라에서 흑인 동성애자 남성을 지지하고 싶었다"며 "그가 협업한 신발을 구매하는 것보다 나은 방식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나이키의 소송을 비판한 맥킨지 노리스

사진 출처, BBC OS on World Service radio

사진 설명, 나이키의 소송을 비판한 맥킨지 노리스

MSCHF의 오랜 팬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맥킨지 노리스는 나이키의 소송이 그의 리셀 계획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베이'(eBay)에 그의 사탄 슈즈를 2500달러에 재판매하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이베이가 그의 판매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이키의 소송과 개입은 합법적으로 제품을 커스텀화하고 재판매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 수 있는지 고려할 때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