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법칙: 일등 사원이 무능한 관리자가 되는 이유?

'대단히 무능한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이유'를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사진 출처, Getty Images

'대단히 무능한 사람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이유'를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로렌스 J 피터라는 괴팍한 교육학자의 이론을 소개한다.

피터는 1940년대에 캐나다에서 교사로 일했다. 그런데 동료나 상사들의 일 솜씨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서툴 때가 많았다. 그가 새로운 학군으로 이전을 신청했을 때의 일이다. 그가 보낸 지원 서류가 반송됐다. 신청서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가 안전한 배달 등록을 하지 않고 서류를 보냈다는 이유로, 이미 도착한 서류를 교육부가 퇴짜 놓은 것이다. 이런 규칙을 만들 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어떻게 교육부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계, 언론계, 군대, 법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이를 두고 "직업적인 무능함은 도처에 존재한다"는 내용의 책을 썼다.

1969년에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무능한 사람들이 곳곳에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피터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존의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큰 책임을 짊어질 능력은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과거보다 일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나오곤 했다.

이렇게 승진을 거듭하면, 더 이상 승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도달하게 된다. 한계에 다다르고 더 이상 개선이 불가능한, 즉 고객이나 동료들을 짜증스럽게 만드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피터는 이를 "모든 직원은 무능함이 극에 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곤 한다"는 설명과 함께, '피터의 법칙'이라 불렀다.

피터의 책은 풍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의 이론이 조직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피터 J 로렌스는 1969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피터의 법칙'에 "모든 직원은 무능함이 극에 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곤 한다"고 썼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피터 J 로렌스는 1969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피터의 법칙'에 "모든 직원은 무능함이 극에 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곤 한다"고 썼다

높은 수준의 무능력

2008년 금융위기 및 그 이면에 놓인 의사결정의 문제를 지켜본 후, 지난 10년간 많은 연구자들이 피터의 법칙을 주목했다. 같은 성과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131개 기업(IT, 제조업, 서비스 등)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6년여간 영업직 노동자 약 3만9000여명 중 1553명의 승진 자료를 확보했다.

분석 결과, 판매 실적이 좋은 사람이나 여성이 승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승진자들이 새로운 업무도 잘 하는지를 평가하고자, 승진 이후 그들이 이끄는 팀의 성과도 검토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켈리 슈는 "관리자는 자신이 소속된 팀의 판매직 직원들을 교육하고, 업무를 할당하고 지도하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떤 관리자가 좋은 관리자인지 알기 위해, 기본적으로 부하 직원들의 업무 향상이나 변화가 얼마나 일어났는지를 살펴봤어요." 만약 일을 잘하던 이가 관리자가 된다면, 해당 팀의 업무 성과도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1등 영업 사원 출신 관리자들은 팀원들의 성과를 높여주지 못했다. 반면 저성과자 출신 관리자는 팀의 판매 실적을 향상시키는 사례가 많았다.

슈는 "우리가 영업 팀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 중 일부는 영업 관련 부서에서 피터의 법칙이 눈에 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더 오피스(The Office)'라는 드라마의 미국 버전에서도 한 때 최고의 영업 사원이었던 주인공 마이클 스콧은 관리자가 된 후 형편없는 성과를 보여준다.

'더 오피스'의 미국 버전에서 스티브 캐럴이 연기한 마이클 스콧은 훌륭한 영업사원이었지만, 매니저로서는 직원들을 끊임없이 짜증나게 한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더 오피스'의 미국 버전에서 스티브 캐럴이 연기한 마이클 스콧은 훌륭한 영업사원이었지만, 매니저로서는 직원들을 끊임없이 짜증나게 한다

슈는 이러한 현상의 요인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개인의 영업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이나 공격성이 반드시 타인을 독려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올렸었는데 관리자가 되었을 때 무능해지는 건 경험 유형이나 인간 유형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슈가 보기에는 협업 경험이 있는 영업 사원들이 보다 나은 관리자가 되는 경향이 있었다.

확실한 자료는 없지만, 슈는 피터의 법칙이 과학과 기술, 공학 분야에도 만연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창업자가 되더라도, 조직이나 팀을 이끌 적임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의 과학자가 되는 것과 과학자들을 가장 잘 관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서로 다른 자질입니다."

로렌스 J 피터가 자신의 책에서 말했듯 무능한 관리자가 상사로 있는 것은 학계와 교육계에선 흔한 일이다. 슈 역시 "최고의 연구자나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이 학교를 이끌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상사가 누구인가?

그렇다면 승진은 현재의 성과를 무시하고 오로지 대상의 자질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승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많은 이들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동기가 된다. 이러한 동기가 사라지면, 전체 생산성이 줄어들 수 있다. 별 볼 일 없던 동료가 당신보다 먼저 승진하면 박탈감도 생길 수 있다. 슈의 분석을 보면, 능력이 뛰어난 이들 중 23%는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동료가 먼저 승진했을 때 이직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런던 카스 경영대학원 아만다 구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직업적 유능함을 입증한 이들이 관리자일 때 보다 안심하고 일을 한다 .

구달은 업무 성과에 대한 측정보다는 직원들이 상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주목했다. "의사 소통이 어렵다" 등의 반응을 측정한 것이다.

그가 유럽 전역의 노동자 2만 8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현재 자신의 상사에 대해 불만족을 표현한 비율은 13%였다. (많은 미디어가 끔찍한 상사에 대해 입을 모으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치다.)

구달의 연구 결과, '상사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게 상사에 대한 가장 공통적인 불만이었다. 필요한 경우 자신의 업무를 상사가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유능함이 있어야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다는 과거의 연구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자신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상사가 지시를 하다보면, 불필요한 업무로 인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게 있었다. 그리고 '상사들이 빠른 판단력으로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줘야 할 시기에 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간을 끌 수도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구달의 연구는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 없이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일반적인' 관리자들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

구달은 "보통 MBA 등의 경영 수업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능력있는 관리자가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건강관리 분야에서는 "많은 사람들은 의사들은 진료를 하고 전문 경영인들이 병원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이 병원에 고용된 의사에서 필요한 것을 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의사를 이끄는 게 맞다"고 말했다.

구달의 연구는 고용된 의사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의사 출신 경영자이기 때문에, 병원 경영을 의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구달의 연구는 고용된 의사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의사 출신 경영자이기 때문에, 병원 경영을 의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용의 딜레마

회사들이 채용을 할 때 딜레마에 부딪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의 업무 성과에 너무 많이 초점을 맞추면 그들은 직원 관리를 잘 못하는 사람을 승진시킬 수 있다. 다른 자질에 너무 초점을 맞추면, 기술적 전문성이 부족한 관리자를 뽑아서 직원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이 둘 사이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한 가지 해결책은 회사의 조직 위계를 바꾸는 것이다. 슈는 기업들이 '직원에서 매니저로 이동하는 일반적인 사다리'가 아니라 다양한 승진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술 회사에서 "직무의 변경 없이 석학 엔지니어 또는 수석 엔지니어가 되어, 엔지니어 직무를 수행하며 성과를 인정받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성과를 평가받는다면, 사람들이 관리직이 되지 않아 임금 인상이 크지 않더라도 이직하지 않을 수 있다.

슈는 "최근에는 업무 성과와 관리 잠재력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평가를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는 리더십 자질을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시도"라고 말했다. "잠재적 리더십과 업무 수행은 서로 다른 차원의 자질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죠."

구달은 "전문가 맞춤형" 경영 훈련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여러 분야를 통틀어 적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경험에 맞는 리더십을 찾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피터의 법칙은 우리에게 개인적인 함의도 갖고 있다.

만약 승진 기회를 주지 않으려는 상사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부하직원으로 괴롭다면, 피터가 말한 '자신도 모르게 무능함이 극에 달한 수준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피터의 말처럼 "유능함은 진리와 아름다움, 콘택트렌즈처럼 자신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각자의 재능에 맞는 위치를 찾게 도와줄 것이다.